물가비상과 서민경제 불안 해소전략

새해 물가급등 소비둔화 등 경제압박
정부 선제·적극적인 물가안정 대책 시급

남 성 욱(본지 논설위원·고려대교수)

 1. 연초 생활물가 급등세 서민경제 울상
 새해 정유년 벽두부터 물가가 비상이다. 특히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부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가정주부들은 요즘 장 보러 나가기가 두렵다고 아우성이다. 계란 한 판값은 11월만 해도 5,000원대였지만 AI(조류인플루엔자) 창궐로 출하가 줄어들자 한 달 만에 8,000원대에서 최근 1만원대로 폭등했다. 일부 소매점에서는 계란 한 판(30개) 가격이 1만5,000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연말 기준, 계란 평균 소비자 가격은 지난달보다 48.9% 오른 8,155원을 기록했다. AI의 확산으로 산란계 30% 이상이 살처분 돼 계란 수요를 맞추지 못하면서 계란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형마트 3사의 계란 가격도 연달아 인상되며 평균 7,000원대를 넘어섰다. 새해 들어서도 계란값 고공행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마트는 연초 들어서 6,980원이던 계란 한 판 가격을 7,580원(8.6%)으로 올렸다.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것도 문제지만 계란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해 11월 말 발생한 AI가 경남지역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자 유통가에 비상이 걸렸다. 계란값 인상은 계란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빵 등의 식료품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AI로 인한 경제피해 규모는 최소 4,900억 원에서 최대 1조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농심 라면과 하이트진로의 주류 가격 인상 등이 맞물려 작년 12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1.30% 올랐다. 계란 외에도 장바구니 물가는 쑥쑥 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신라면이 780원에서 830원으로 올랐고, 지난달에는 코카콜라값이 5% 인상됐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등도 연말에 슬그머니 맥주값을 6%쯤 올렸다.
 겨울채소가격도 비상이다. 연말 기준 무·당근··양배추 등은 지난해 같은 기간 가격의 2배 이상으로 올랐다. 양배추 한 포기당 평균 소비자 가격은 5,61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41원)보다 130% 올랐다. 12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시장에 나오는 당근·감자·무의 95%가 제주산인데, 지난 10월 태풍 피해로 최근 출하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콩나물도 생산이 줄면서 가격이 올라 ‘금(金)나물’ 대접을 받게 됐다. 콩 생산량이 줄자 CJ제일제당은 콩나물 생산을 중단했다. 시장 점유율 1위인 풀무원은 작년 말 가격을 인상했다. 풀무원 콩나물 가격은 대형마트 200g 기준 1,350원에서 1,600원으로 올랐다. 콩나물에 이어 두부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남미에서 발생한 홍수로 대두 수확량이 줄고 품질도 떨어지면서 업소용 식용유 가격도 올랐다.
 오징어, 갈치 등 해산물 가격의 상승세도 가파르다. 동해안 오징어는 물량 확보가 비상이다. 오징어가 작년보다 30∼40% 덜 잡혀 2016년 오징어 어획량이 전년 대비 40% 가까이 급감했다. 수협은 해수온도 상승과 인접한 북한 해역에서 중국 어선들이 싹쓸이 조업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설상가상으로 주 수입처인 포클랜드(남미)의 올해 오징어 어획량도 70% 줄었다. 갈치 가격은 64% 올랐다. 갈치는 지난 6월 한일어업협정 결렬로 한국 어선이 대한해협 인근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서 조업할 수 없게 되며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대한해협 일대의 수온이 평년보다 2도 높아진 것도 어획량 감소에 일조했다.
 이와함께 최근 탄핵 정국에 따른 정부의 시장 감시 기능이 약해진 틈을 타고 식음료값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가격인상이 먹거리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국내 휘발유값이 L당 1,600원대 초읽기에 들어갔다. 실제로 L당 2,000원을 넘긴 주유소도 속속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기름값이 치솟는 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해 11월 원유 감산을 결정하면서 국제 유가가 올라서다. 석유공사는 다음주엔 휘발유는 L당 1,528원, 경유는 L당 1,307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2. 물가 상승률 1%, ‘밥상 물가’는 고공행진
 농산물 가격의 강세에다 최근 AI 확산으로 인한 계란값 폭등 등의 영향이 일부 반영되면서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 부진에 물가가 고공행진을 벌이면서 정부가 위험수위에 오른 밥상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으며 소비자들은 울상이다.
 지난해 말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소비자 물가는 전년보다 1% 올랐다. 2013·2014년 각 1.3% 올랐다가 2015년 0.7%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2016년 다시 상승세를 탔다.
 금년에는 1.6%로 오름폭이 커질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아직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보다 수위가 낮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여전히 저물가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 속도가 빠른 편이다. 전체적인 물가는 1% 상승에 그쳤지만 ‘먹거리 물가’는 큰폭으로 뛰었다. 폭염 영향으로 가을 이후 배추, 무 가격이 뛴 데다 AI로 최근에는 계란값까지 폭등하며 밥상 물가는 1년 내내 고공행진했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3.8% 올라 전체 물가를 0.30%포인트 끌어올렸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2011년 9.2% 이후 최고였다. 서비스 물가는 2.3% 올랐다. 외식, 교양·오락·문화 등 물가가 꾸준히 상승하며 개인서비스 물가도 2.7% 상승, 역시 2011년(3.7%)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반면 저유가 기조가 유지되면서 전기·수도·가스는 9.2% 하락해 전체 물가를 0.41%포인트 끌어내렸다.
 지난해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1.6%,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9%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식품이 상승세를 주도하면서 0.7% 올랐고, 신선식품지수도 6.5%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선식품 상승률은 2010년(21.3%) 이후 6년 만에 최고였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1.2% 올랐다. 2014년 12월(1.4%) 이후 최저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는 1.6%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자들이 자주 사는 채소, 과일, 생선 등의 물가인 신선식품지수는 AI 사태로 인한 계란값 상승 등의 영향이 일부 반영되면서 12.0% 급등했다. 품목별로 보면 무가 1년 전보다 150.0%, 당근이 112.2%, 배추가 91.9% 상승했다. 채소 가격 상승으로 김치 가격도 24.0% 올랐다. 지수 개편으로 새롭게 반영된 보험 서비스료는 올 초 실손 보험료 인상에 따라 23.7%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농축수산물 외에 서비스 물가의 오름세가 눈에 띈다. 외식비, 보험료가 오른 탓에 개인 서비스 가격은 2.7% 올라 2011년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집세도 1.9%가 올라 평균치를 훨씬 상회했다. 그럼에도 전체 물가 상승률이 1%로 억제된 이유는 전반기에 유가가 워낙 낮아 도시가스비(-17.3%), 전기요금(-4.1%)이 대폭 내렸기 때문이다.

 3. 올해 물가 상승 속도 더 빨라질 것으로 우려
 정책 당국은 금년에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지난해보다 뚜렷하게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 유가 등 상품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그 영향을 받아 소비자 물가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농축수산물도 농민 고령화 탓에 매년 지속되는 재배 면적 감소의 영향을 받아 공급이 줄어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AI가 잡히더라도 계란값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으며, AI가 장기화되면 계란의 대체품인 돼지고기나 계란을 가공한 빵, 과자류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대출 원리금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생활 물가 부담이 커지면 서민 가계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2.4%에서 내년 2%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해외 변수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는 경향도 주목할 부분이다. 우선 강(强)달러 기조가 지속되면서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게다가 FTA(자유무역협정)가 확대되면서 국내 물가와 해외 물가가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트럼프 시대’의 글로벌 고물가가 국내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선진국 간 소비자 물가의 상관계수가 2000∼2011년 0.49였는데, 2012∼2015년은 0.94로 연관성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물가비상 상태에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사실 지난 10월 태풍이 제주를 강타했을 때부터 겨울 채소 가격 상승은 예견됐던 일인데, 정부에서 신선식품 물가 상승에 앞서 어떤 대응을 했는지 의문이다. 물가 상승 요인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대비해 신선식품의 수입처를 늘리는 등 정부 차원의 선제적 물가 관리가 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 2월 28일까지 수입 계란 운송비용 50%를 부담하기로 했다. 지원 한도는 항공 운송 시 톤당 100만원, 선박 운송 시 톤당 9만원이다. 미국산 계란은 이르면 이달 안에 시중에 풀린다. 농식품부·유통업계에 따르면 수입업체 1곳이 미국에서 신선 계란 180만 개를 수입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예상 가격은 개당 310원대인데 이는 국내산 계란 평균 소매 가격(개당 299원·6일 기준)을 웃돈다.

 4. 탄핵정국속 정책당국자의 소명의식 중요
 한국은행 이주열총재는 2017년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국내외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며 “금융 및 외환시장과 실물경제의 안정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가 대외건전성과 금융부문의 복원력이 양호하고 정책여력도 충분해 어느 정도 충격은 견뎌낼 수 있다”면서도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양상과 파급영향을 예단하기 어려워 상황별로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는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유가 상승 등으로 물가 오름세가 점차 확대되겠으나 성장세가 완만해 수요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상당기간 완화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 아울러 성장잠재력 회복을 위해 눈앞의 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방치해 둬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 임직원들에 “우리나라가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모두가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맡은 직무에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탄핵정국으로 공무원의 운신 폭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경제정책은 관료들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한국은 사드배치와 위안부 소녀상 등 외교현안으로 중·일 양국으로부터 협공을 당하고 있다.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과 트럼프의 통상압력 강화 등 대외악재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국내경제의 물가관리는 가장 기초적인 서민정책이다. 정부와 관련기관의 임직원들은 다시 한번 신발끈을 매고 적기에 적절한 정책을 적정하게 구사해야 한다. 정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경기침체가 지속된다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여 서민경제가 악화될 것이다. 아울러 소비심리지수가 하락하는 등 비관적 예상이 확산된다면 내수침체가 가중될 우려가 크다. 정부의 물가안정과 경기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 초유의 내우외환의 국가 위기속에서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